양태희 (실용음악과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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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음악과에 재학하는 도중, 과제든 수업이든 시퀀서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학교를 다니면서 졸업할 때까지 시퀀서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수업은 없었고, 다 딱딱한 커리큘럼에 짜여진 수업들 뿐이었다. 그래서 졸업한 뒤에도 ‘이대로 내가 취업을 할 수 있을까’가 제일 큰 걱정이었고 고민이었다.


학기 중간에 동기가 로직 자격증을 땄다는 소리를 들었고 그 친구에게 과제할 때나 궁금한 것이 생길 때 매번 물어보고 배워가면서 겨우겨우 과제를 했었다. 그리고 학기 후반이 될 때쯤 우연히 그 친구가 로직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학원을 소개시켜주었다. 나는 두 말 없이 하겠다고 했고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첫 만남을 가진 날. 학원을 처음 보고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기자기한 느낌과 모던한 느낌, 그리고 묘하게 따뜻한 곳이었다. 들어선 순간 좋은 냄새도 났고 조명이 비추는 곳곳에 귀여운 장식품들이 있었다. 그리고 수업할 방에 들어갔는데 방음 시설과 아이맥이 있는 것을 보고 매우 신기했다. 학교에서는 자꾸 고장나는 윈도우 컴퓨터와 큐베이스 크랙을 쓰다가 미디런 스튜디오에 와보니 비교도 할 수 없이 시설이 너무 깔끔하고 좋았던 게 생각이 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수의 학생이 아니라 소수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한가지 걱정이 되었던 건 책이 전부 원서였다는 것이다. 시험도 영어라는 사실에 덜컥 겁을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어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겁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수업을 1회, 2회 듣게 되고 들을 때마다 이 수업을 진작 알지 못했던 것과 미리 듣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미디를 다루는 컴퓨터 음악과(뮤직 테크놀로지)가 아니면 시퀀서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나도 그랬지만 굳이 그게 중요한 줄 모르고 학교에 입학했다. 막상 들어가고 나니까 과제는 다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제출해야하고, 조를 짜더라도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조를 짜게 된다. 입시를 할 때 부장님께서 입시를 하는 동안에는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하면 피아노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아예 손을 못 대게끔 하셨는데 그 말은 왜 또 그렇게 잘 들었는지부터 진작 알아보고 이 수업을 들을 걸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인생에서 학교가 전부는 아니지만 학생이었을 때 우선이어야 할, 학교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었지만 몰라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미디런 스튜디오를 다니면서 다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또 학교 다니면서 일을 하거나 졸업 후에 바로 일을 하는 사람들 혹은 좋은 학교로 편입한 사람들도 과에서 프로그램 잘 다루기로 소문이 난 사람들 뿐이다. 그래서 내가 만약 지금 재학생들을 만나거나 입시생들을 만나게 된다면 절대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에 소홀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쨌든 다시 수업으로 돌아와서 기억 못하는 건 열심히 적고 모르는 단어도 열심히 적고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수업을 했었다. 그리고 책을 다 떼고 시험 날짜를 잡은 뒤, 1과부터 10과까지 한 명씩 맡아서 설명하고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이게 제일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아직도 내가 맡았던 3과와 6과의 내용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닐 정도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시험 전에 선생님께서 일부러 시간을 내셔서 한 과 한 과 리뷰를 해주셨고 그 기억을 토대로 공부를 했다. 솔직히 시험 보기 전에도 영어 어떡하지, 해석 못해서 틀리면 어떡하지 걱정을 엄청 많이 했다.


시험 본 후에야 하는 말이지만 책이 원서라서, 시험이 영어라서 겁을 먹을 필요가 단 1도 없었다. 수업 내내 선생님께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실 뿐만 아니라 기억에 잘 남게끔 이런 저런 부가설명도 하시면서 열심히 수업을 진행해 주신다. 레슨 리뷰를 할 때도 꼭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계속 계속 강조를 해주셔서 문제를 보면 딱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나는 경험을 몇 번이나 했다. 시험을 보는 내내 마치 같이 시험을 보시는 것처럼 든든하게 옆에 계속 계셔 주시고, 선생님이 옆에 계시는 것만으로 엄청 안심이 되어 긴장하지 않고 수업하듯이 문제 읽고 생각하고 그냥 풀어냈던 것 같다. 시험이 끝나고 제출을 함과 동시에 결과가 뜨는데 그 순간이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결과가 나오고 선생님께 말씀드려 같이 확인을 하는 그 순간에 마치 선생님이 붙으신 것처럼 나보다 더 기뻐해주시는데 얼마나 웃음이 나고 감사했는지. 다행스럽게도 또 기쁘고 감사하게도 같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전부 커트라인을 넘어 올 합격을 하였다. 마지막 분이 합격했을 땐 진짜 너무 좋아서 환호성도 절로 나오고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다. 아직도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우연히 선생님을 만나 엄청 큰 배움을 받고 나는 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많고 많은 음악하는 사람 중 애플에서 공인된 로직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고, 그런 자격증을 내가 갖게 됐다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이 든다.


굳이 학생이 아니라 음악을 하고 있고 또 하고 싶은 여러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주저 않고 이 수업을 꼭 들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꼭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 계속 이 길을 걷기 위해 어차피 배워야 하는 과정 중에 하나를 통해 나름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나는 열심히 일하면서 또 열심히 배운 사람 중에 하난데 이 시간들이 결코 아깝지 않다. 오히려 미디런에 오겠다고 다짐한 내 자신이 대견할 정도다. 앞으로 음악 생활을 하려면 시퀀서를 다루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시대이다. 굳이 배워야 한다면, 그리고 내가 다시 미디런을 몰랐을 때로 돌아가더라도 나는 다시 미디런으로 올 것이다.


거진 네 달동안 우리를 위해 수업해주시고 또 온 마음 다해서 선생님이 아시는 것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자격증을 따게 된 건 전부 선생님 덕분이에요. 선생님이 다른 수업을 하시게 되면 저 다시 배우러 올래요!!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서 2017년 시작부터 너무너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같이 배운 학생분들도 다들 고생하셨고 앞으로 우리 전부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다시 한 번 신익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