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PD 이그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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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스스로 생명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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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두근두근’이라는 노래가 오프닝 곡으로 불러졌다. 가수는 여성 듀오 ‘루싸이트 토끼’. 이 곡의 작곡자 및 프로듀서로서 즐거운 마음으로 모처럼 텔레비전을 본방으로 감상했다.


‘두근두근’은 8년 전, 2008년 세계 심장의 날 Listen Campaign O.S.T에 수록된 곡이다. 그러니까 이그나이트의 앨범이 아니고, 루싸이트 토끼도 당연히 이그나이트의 객원보컬이 아니다. 혹 오해하실까 봐 강조한다.


“왜? 유명 가수를 섭외하지 않아? 아는 가수 없어?”


음악pd로서 앨범을 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이다. 더불어 이번엔 ‘어떤 가수가 불러?’도 있다.


먼저 이그나이트 앨범에는 유명 가수를 쓸 계획이 없다. 물론 못하는 부분도 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섭외 안 하는 것 8 : 섭외 못하는 것 2 정도의 비율이 아닐까?


내 음악인생의 목표인 ‘자넷 잭슨’ 같은 정말 초 일류 슈퍼스타는 불가능하겠지만, 인지도가 있는 가수를 섭외해서 녹음하기로 마음먹는다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조금이나마 있는 나의 인맥과 가창비로 지불할 수 있는 자본을 마련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곡 자체에 자신이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곡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음악, 아니 예술 작품은 탄생하는 순간 스스로의 삶을 살게 된다고 믿는다. 곡 발표 후 8년, 홍보 하나 없이 자신의 힘으로 공중파에 이름을 알린 ‘두근두근’처럼 말이다.



음악, 예술작품은 탄생하는 순간 스스로의 삶을 살게 된다



‘두근두근’은 2008년 발표된 곡이다. 2008년 세계 심장의 날 캠페인인 ‘Listen Campaign’이 서울에서 열렸다. 여러 행사와 함께 진행되었던 규모 있는 캠페인으로 나는 음악감독을 맡았는데 칸 국제 광고제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등 캠페인으로서 꽤 괜찮은 성과를 거두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한 Listen Campaign O.S.T에 호란, 애즈원, 루싸이트 토끼, 故하늘 등 여러 가수들이 참여했었다. 그 앨범의 타이틀곡은 당시 캠페인의 홍보대사를 맡았던 호란의 ‘Listen to my  heart'였다. 타이틀곡조차도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심지어 타이틀곡도 아닌 두 번째 트랙의 묻히는 곡이었던, ’두근두근‘이 지난 8년 동안 알게 모르게 영화, 예능, 광고 등에 쓰이더니 이제 공중파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이것은 바로 곡 스스로의 힘, 스스로의 운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에 탈 뻔했던 카프카의 작품들이 살아나 후대에 길이길이 남은 것처럼, 음악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은 모두 스스로의 수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잘 만들어낸다면, 그 이후에는 작품 스스로가 알아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대중들을 만나는 날이 분명 온다는 것이다.


비록 ‘두근두근’은 이그나이트의 앨범으로 발매된 곡이 아니지만, 온라인상에서 ‘사랑은 왜 언제나’등 서정적인 곡들을 중심으로 이그나이트가 잡초처럼 언급되는 것을 접하면서, 다음번에는 ‘이그나이트’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대중들의 선택을 받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또한 음악pd로서 새로운 목소리를 발굴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목표의식도 있다. 김연우가 토이의 곡으로 데뷔하고, 윤종신이 015B의 곡으로 데뷔했듯이, 이그나이트가 좋은 보컬리스트들의 든든한 발판이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이그나이트  7집쯤에는 ‘누가 이그나이트의 7번째 얼굴이 되는가?’라는 타이틀로 기사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


이번 3집 발표에서도 매달 음반을 낼 때마다 ‘어떤 가수야? 유명해?’라는 질문을 많이 들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웃으며 이그나이트 앨범은 그냥 정석대로 만든다는 대답을 할 것이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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