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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니가 하고 싶은 거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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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나, 작가, 음악가등 “예술가”들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그래도, 너는 하고 싶은 거 하잖아.”


내게 이 말은 “요즘 누구꺼 해?”, “가수는 누구야?”와 함께 불편한 질문들 중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기타 불편한 질문에는 “유명 작곡가들 보니 저작권료가 엄청나다며?”, “너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방송에 안 나가?” 등등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래도, 너는 하고 싶은 거 하잖아.”는 기분이 좀 그렇다가도, 무조건 기분 나쁘게만 들리진 않을 때도 있다. 그 뒤에 따라오는 말이 2가지로 나뉘기 때문이다.






먼저, 기분이 씁쓸할 때는 이런 경우이다.


“그래도 너는 하고 싶은 것을 하잖아. 그러니 뭐가 힘들어? 하나하나 다 즐거워야지. 안 그래?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데, 만약 힘들면 그만두면 되는 거 아냐?”


이런 경우, 나는 화가 난다.


솔직히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도 힘들다. 힘들지 않다면 말이 되는가?


음악을 한다고 해서 가난한 것이, 영어 사전 뒤져가며 새로운 프로그램의 영어 매뉴얼 번역하고 공부하는 것이, 곡을 만드는 과정들 중 언제 끝날지 모르는 편집 등을 하는 것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정말 힘들다.


그 힘듦을 어린애처럼 징징대며 하소연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힘든 직장생활을 붙잡고 있는 많은 분들이 힘든 오늘에 대해 서로의 푸념을 들어주고, 위로를 주고받으며 힘이 되어주는 것처럼, 나도 그 속에 껴서 같이 위로받고 응원받고 싶을 뿐이다.


‘너는 베짱이의 삶을 선택했으니 어쩔 수 없어.’라고 보지 말고 ‘너나, 나나 아직 미생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봐주십사 하는 마음이랄까.






그런데 때로 “그래도 너는 하고 싶은 거 하잖아.”라는 말이 다음과 같은 내용일 때는 기분이 복잡하다.


“그래도 너는 하고 싶은 거 하잖아. 나는... 사실 지금 꿈이, 목표가 없어. 그냥 어쩌다 보니 남들처럼 학교 졸업하고, 매일 출근하고 야근하며, 매달 월급 받고, 몇십 만원이라도 저금하려고 아등바등할 뿐이지. 나는 내가 지금 뭐하나 싶거든. 그런데 너는 꿈이 있으니까. 나와는 다르지 않아? 꿈이 있으면, 힘들어도 웃으면서 달리는 거 맞지?”


이럴 때면,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자로서 어떻게 표정 관리를 해야 할지 복잡해지는 것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 우리 사회에서 꿈을 갖고,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목표는 있어도, 꿈은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꿈을 가진 자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이 아닐까.


꿈이 있다면, 행복하겠지.

꿈이 있다면, 돈 따위에 얽매이지 않을 거야.

꿈이 있다면, 특별한 주인공으로 살 수 있을 거야.


이렇게 꿈을 갖고 싶다는 환상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길을 걷는 이들을 부러워한다.

그럴 때면 나는 ‘나도 힘들다.’라는 말을 꾹 참는다.


그들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다.


그래야 그들도 언젠가는 꿈을 가질 테니까.

그리고...


사실,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을 하기에, 그나마 살만하긴 하니까 말이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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