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PD 이그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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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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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과 

노는 것은 다르고,

우리는 

즐길 자격이 없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시험을 준비한 사람 중, 몇 명이나 최종 변호사가 될까? 의사는? 미용사는? 제빵사는? 그리고 음악인은?


어떤 분야던지 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꿈꿀 수는 있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숙련의 시간이 필요한데, 많은 이들은 그 숙련의 과정을 마스터하기를 포기한 채 다른 길을 찾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당장 음악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익히는 숙련의 과정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특히 음악 등 예술 분야는 그 숙련의 과정을 힘들어하며, 포기하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왜, 유독 음악에 있어서 숙련의 과정을 힘들어할까?

아마도 즐기고 싶어서 음악을 선택했는데, 숙련의 시간이 그다지 재미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은 이름에도 있듯이 즐거운 학문이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단순한 감상, 혹은 입문 정도까지 만이다. 입문을 넘어서 직업으로 삼기 위해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하면, 음악의 깊이 있는 매력에 빠질 수 있지만, 그만큼 나의 재능의 한계에 좌절함과 동시에 주입식 공부와 단순 반복 노동의 고통에 진이 빠지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어린 학생들이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창작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그래서 나는 수학 공식이 싫어서, 영어 단어가 외우기 싫어서 음악을 선택했다면 지금 포기하라고 말한다. 음악은 그것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것을 외워야 하고, 체득해야 하는 공부의 과정이 있다는 것을 매우 강조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음악을 공부한다는 것은 명상에 잠기고, 기타를 치며 스웨그를 느끼고, 길을 걷다가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아이폰에 녹음하면서 유레카를 외치는 영화 속의 음악학도와는 완전 다른 모습이다.


다른 모든 학문처럼, 음악이란 예술적 학문을 선택했다면, 컴컴한 골방에서 뜨거운 컴퓨터를, 건반을, 기타를 껴안고 한 마디를 수백, 수천 번씩 반복해가며 고민하고 연구하고 자신의 한계에 짜증을 느끼는 숙련의 시간을 견뎌야만 한다. 게다가 이렇게 멋진 창작의 고통을 가지려면 로직이나 큐베이스 같은 프로그램 및 음향기기 등에 대한 지식 습득과 화성학 등 음악 이론의 마스터 및 기존 작품들 분석 등 어쨌든 단순 공부의 시간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기회, 운명의 순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이런 숙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음악을 진심으로 즐기면서 노는 사람이 있다. 바로 모차르트 같은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은 숙련의 과정이 필요 없다. 직관으로 자신의 감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런 천재라면야 아이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맘껏 음악을 하며, 놀며, 부와 인기와 명예를 얻으며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전 세계에 몇 명 없는 천재가 아니라면, 평범한 당신이 음악을 가지고 놀며, 그것을 공유하고 싶다면 짧던 길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위한 숙련의 시간은 분명 필요할 것이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이제 음악을 즐길 자격이 되는구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를 예로 들면,

슬프게도 아직 숙련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은지 15년이 되었지만 아직 즐길 자격이 되지 않고 있다.


뭐, 그래도 음악을 한다.


음악, 그 자체의 매력에 빠져있으므로.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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