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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을 만든다는 것 - 작곡, 그리고 편곡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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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평범한 데이트를 하던 어느 날, 아내가 대뜸 이런 말을 했다.

“나도 노래 만든 적 있는데.” 그러더니 동요 비스름한 것을 불러주었다.


"곰만두, 김치 만두, 김밥에 쫄면, 짜장면, 돈가스 엽기 분식 탕수육"

도라솔 도도라솔 솔도도 라도~~~


편입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 다닐 때,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가 만든 노래라고 했다.

듣고 나서 귀엽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해서, 허허허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아내는 진지했다. 물론 작품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노래를 만든 것 아니냐고 했다. 아내의 물음은 바로 이것이었다.


“작곡은 무엇이고, 노래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소설이나, 회화 등 1인 예술 작품의 경우는 창작의 과정이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여러 명이 참여하는 예술인 연극, 영화, 대중음악의 경우는 쉽게 접하는 것에 비해서 만드는 과정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듯하다. 특히 의외로 대중음악이 그러하다. 아내의 경우도 정말 전혀 모르는 것을 보니.


‘코요테 어글리’나 ‘원스’등 음악 영화를 보면, ‘곡’을 만든다는 것이 매우 아름답고 쉽게, 그려진다. 피아노나 기타를 뚱가 뚱가 치다가 엇! 하고 영감이 떠오른다. 그러면 악보에 간단하게 음표를 그리고 즉석에서 바로 가사를 만든다. 그리고 코드를 치며 바로 노래를 부르고. 화면 전환이 되며 완성된 곡이 들려진다.


그런데, 실상은 쪼끔 다르다.

먼저, 영감이 떠오르면 악보에만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겐 핸드폰이 있으니까. 핸드폰의 녹음 기능을 켠 다음, 흥얼거리며 떠오른 멜로디를 녹음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온전한 한 곡의 형태를 갖춘 멜로디를 만들었다면, 작곡이 끝난 것이다. '정말?'이라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여기까지가 작곡이다.


만약, 여러분께서 이런저런 음들을 흥얼거리다가 '어 이거 좋은데?'라고 생각한 멜로디가 있다면, 그래서 프로 음악가를 섭외하여 그 멜로디를 바탕으로 만든 음원을 발매했다면, 당당하게 저작권 협회에 저작권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만약 내가 아내의 멜로디를 맘에 들어했었다면 내 아내가 작곡가로 데뷔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냥 흥얼거리기만 하면 된다고? 아무나 하는 거네?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로 그 흥얼거림이 '곡'의 핵심이자, 창작의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것이 작곡이 맞고, 저작권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물론, 멜로디를 만드는 것이 작곡이긴 하지만,  그것이 '곡의 완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멜로디를 완성한 이후에 진짜 '곡'을 만드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멜로디를 만든 후에 이루어지는 과정은 작곡이 아니고 무엇일까?


바로, 편곡이다. 멜로디를 만드는 것 이외의 모든 과정은 편곡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럼, 편곡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


작곡과 편곡을 옷을 만드는 행위에 비유하여 말하자면, 작곡은 디자이너의 스케치 과정이고, 편곡은 디자이너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재단, 미싱 등의 과정을 통해 직접 옷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세계 최고의 이태리 장인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옷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애초에 디자인이 훌륭하지 않다면 좋은 옷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고 해도 재단, 미싱 등의 담당자가 미숙하다면 역시 박수받을 만큼 좋은 옷이 탄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시 말하면, 편곡은 멜로디에 옷을 입혀 '곡'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형태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p.s

작곡보다 더 할 이야기가 많을 듯 한 편곡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어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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