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PD 이그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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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본질은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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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개던 아내가 말했다.


“나는 당신이 대중음악을 한다고 해서, 이 남자랑 결혼하면 클럽이란 데도 가보고, 콘서트에도 자주 가겠구나 생각했는데, 어쩜 한 번을 안 데려가? 아는 가수도 없어?”


“휴~우” 텔레비전을 보며 소파에 누워 있던 나는 일단 발딱 일어나 아내의 눈치를 보며 빨래를 개었다. 평소 극도로 외출을 싫어하는 아내가 웬 콘서트 타령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 방어를 해야 했다.


“됐어! 누가 빨래 개래. 그냥 계속 드러누워 있어 쭈욱~.”


“아냐, 하고 싶어서 그래... 근데 왜 뭐 속상한 거 있어?”


“아니야. 정말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그래. 당신 인디 음악가라며, 그러면 시장 조사 차원에서라도 홍대 같은데 가봐야 하는 거 아냐? 그리고 음악 하면 기본적으로 공연 같은 거 가서 진짜 음악을 좀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당신이 게으른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들고 있던 빤쓰를 던져버리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대신  빤스를 있는 힘을 다해 쫙쫙 펴서 각을 맞춰 개면서 말했다.


“먼저 누누이 말하지만, 인디 음악이랑 홍대랑은 꼭 붙어 다니는 게 아니야. 그리고 클럽 같은데 가봤자 음악도 안 들릴 거야. 시끄러워서. 음악은 조용히 들어야지.”


“그래도 진짜 음악을 들으려면 공연장에 가야 하는 거 아냐?”


“어휴... 그럼 넌 진짜 영화 보러 연극하는 공연장에 가냐?”


“응? 무슨 말이야?”


나는 개던 빨래를 내려놓고, 아내에게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 영화도 재밌고, 연극도 재밌지? 그런데 영화는 수많은 리허설 끝에 좋은 것만 선택하고, 연극은 라이브니까 영화가 연극보다 하수냐? 연극이 무조건 최고야? 그건 아니지? 그냥 영화랑 연극이랑 다른 거지?

그런 것처럼, 음악도 공연하면서 즐기는 맛이 있고, 집에서 레코드로 감상하는 맛이 있는 거야. 그리고 대중음악 공연은 감상하는 공연과 소통하는 공연 2개로 나뉘는데, 일단 소통하는 우드스탁 같은 그런 공연은  별로 내 스타일이 아니고. 감상하는 공연이 그나마 내 스타일이긴 하지만... 요즘 감상하는 대중음악 공연이 많지 않기도 하고, 집에 좋은 스피커가 있는데 뭣하러 굳이 가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결과적으로 조용히 감상하는 쪽이 좋아."


“클래식 듣는 것처럼?”


“그치. 대중음악도 클래식이잖아. 시간의 혜택을 받아 선택된 모든 것들은 그것이 랩이든 락이든 클래식이니까. 대중음악도 감상할 가치가 있는 음악 예술이라고.”


“하긴, 뭐 회도 맛있고. 매운탕도 맛있으니까. 음악을 들으러 꼭 공연장을 가야 하는 건 아니지.”


“그래! 내 말이. 그리고 특히 나는 추구하는 것이 레코드의 미학을 추구하니까. 언젠가. 아니 지금도 어디선가 내 노래를 감상하는 팬도 있을 것이고. 암튼 그래서 공연장에 안 가는 거야. 내가 아는 가수가 없어서가 아니고.”


“아. 그럼 어디 공원이라도 데려가던지. 날씨 좋은데 봄소풍 가게.”


“그럴까? 우리 마누라 백만 년 만에 놀러 가고 싶었구나. 가자. 가서 스피커 들고 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도트리 1집 앨범 틀어놓고 놀자. 어때?”


“좋아. 도트리라면 충분하지요. 빨래 개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저기 가서 더 쉬어요.”


"그럴까? 내가 허리가 요즘 좀 안 좋아서...... 조금만 쉴게."


아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는 폼으로 들고 있던 빨래를 슬쩍 내려놓고는 소파 위로 올라갔다. 지겨운 도트리지만, 아내에겐 언제나 먹히니까 또 한 번 듣지 뭐.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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