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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라디오, 디제이의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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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엔 초등학생이 되고, 14살엔 중학생이 되고, 17살엔 고등학생이 되고, 20살엔 법적인 성인이 되지요. 그럼요. 39살에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39살인 신익주. 심야 라디오 디제이를 부탁해의 일일 디제이 인사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지난 4월 14일 새벽 3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내 목소리가 거실에 낮게 깔렸다.

MBC 심야 라디오, 디제이를 부탁해의 일일 디제이로 내가 출였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긴장과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느끼며 

라디오를, 

나의 목소리와 내가 사랑하는 노래들을 들었더랬다.


   




사실 나는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이 아니다. 

좋아하는 몇몇 프로그램들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게스트와 호스트의 의미없는 농담이나 근황 이야기를 듣는 것이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는 매력적이다.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은 CD 또는 MP3 와는 다른 향과 무게가 있는 것 같고, 

라디오를 통해 듣는 목소리는 왠지 더 신뢰감이 들며, 진지하게 귀 기울이게 된다.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소비되는 시대지만 

라디오만은

소리를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붙잡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일 라디오 디제이를 모집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꼭 응모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이유이다.






한 달을 앓으며 써낸 원고가 채택이 되고, 녹음을 하고, 전파를 타고 세상에 흘러나왔다.


방송이 나간 지 한 달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그 여운이 남아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큰 경험이었기에, 방송 나간 날 바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그 여운을 뭐라고 말할지 헤매는 바람에 이렇게 늦게 경험담을 전하게 되었다.


내 목소리가 약간 낯설었고 

반대표로 전교생 앞에 선 것처럼 부끄러웠지만 

몇 명의 칭찬으로 뿌듯했고 

그날 내가 전한 말들 하나하나가 너무 무게감 있게 느껴져서 

꼭 그 약속들을 이루고 싶어졌다.


그리고 

몇 명이나 그날 나와 함께 했는지는 모르지만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그날의 저를 아는 분이 계신다면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은 장래 희망이 무엇인가요?”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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