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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뭐가 그리 바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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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일 할 시간이 많이 없어졌다는 점이었다.


고맙게도 아내는 연애시절보다 얼굴 못 본다고 투덜거리지 않는다. 하지만 양가에서는 시시때때로 나를 불러들이기 일쑤였다. 결혼 전에는 가족행사가 딱히 없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무슨 행사가 이렇게 많아지는지.


결국 나는 모두에게 바쁘다고, 정말 바쁘다고 그러니 중요한 행사 외에는 참석 못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이해하지 못한다.

왜 바쁘냐고. 왜? 주말에도, 밤늦게도 바쁘냐고, 뭘 하길래 그리 바쁜 거냐고 묻는다.


그럴 때면 난 속이 터지곤 한다.


나는 바쁘다.


아니, 모든 프리랜서는 바쁘다.


일단. 엄밀히 말하면 직업이 한둘이 아니다.


내 음악을 만드는 나의 본업.

주문제작? 하는 음악 부업.

음악 강의.

그리고 내 음반 제작 관련된 비즈니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솔직히 각자 완전히 다른 분야이다.


각자의 직업마다 모두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런데 가족 및 지인들은 '음악 작업하느라 바빠요'라고 하면 '띵까띵까 음악에 취해있느라 바쁜 거 아니냐'라고 하거나 '자유로운 직업이니 오늘은 미루고 나중에 해라고 하기 일쑤다.


이럴 때면 당연히 "정말 바빠요. 죄송하지만 지금은 나에게 중요한 음악을 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당당하게 해야 할 테지만, 

그 일이 지금 당장의 수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사실 똑 부러지게 바쁘다는 말을 하기 머뭇거리게 된다.


그런데 말이다.


이럴 때 줏대를 가지고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그 사람은 프리랜서. 혹은 예술가를 할 수 없다.


비유하자면. "쉬는 시간에 놀 거 다 놀고. 끌리는 대로 학원 빠지고 인강으로 듣지"라고 생각하면 1등을 못한다라는 것과 같다.


세상엔 유혹이 많다.


특히 프리랜서가 정말 프리 한 줄 알고, 예술가는 기분파인 줄 알고, 시간을 맞춰주지 않으면 본인을 무시한다며 섭섭해하기도 한다.


이때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지하지 못해준다면 내 사람이 아니다"란 마음으로 단호하게 대하지 못한다면 결국 집중력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니


당장 수입이 없거나, 결과를 보이지 못하더라도,


부끄러워 말고, 

당당하게


"나는  바쁘다"

"나는 음악 하느라 바쁘다"

"나는 꿈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바쁘다."

"돈 못 벌어도 바쁘다"

"미래를 위해 바쁘다"라고 강하게 말해야 할 것이다.


나 스스로가 나를 바쁘게 만들 때, 그나마 백수가 아니라 지망생이라도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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